
핀란드 칼비아에 온 첫해 겨울, 해가 너무 짧고 공기는 너무 맑아서 내가 어떤 시간대에 살고 있는 건지도 헷갈릴 때가 많았다. 오후 세 시면 이미 해가 넘어갔고, 오후 다섯 시면 조용한 숲길에는 아무도 없었다. 낯설고 어두운 겨울이었지만, 이상하게도 매일 아침 창문에 서리가 맺히는 그 풍경이 기다려졌다.
처음엔 그저 습관처럼 핀란드에 대해 기록하려 했다. 날씨, 습도, 해 뜨는 시각, 마트 진열대의 생선 종류 같은 것들.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는 사소한 것들이 더 중요해졌다. 예를 들면 슈퍼마켓에서 처음 사 본 ‘무스타마카라’의 짠맛, 공공 도서관 직원의 무뚝뚝하지만 따뜻한 눈빛, 그리고 버스 정류장에서 우연히 나눈 핀란드어 인사 한 마디.
친구와 영상통화를 하다가 “거기선 뭐가 달라?”는 질문을 받았을 때, 나는 ‘시간이 좀 더 느리게 간다’고 대답했다. 그건 단지 일정이 한가해서가 아니라, 하루하루의 ‘느낌’을 더 오래 붙잡고 살게 된다는 뜻이었다. 창문 너머로 눈이 조금씩 쌓이는 걸 지켜보는 일, 그 자체가 작은 이벤트가 되는 삶.
칼비아의 겨울은 여전히 길고 조용하다. 하지만 그 속에서 내가 알아챈 것들이 있다. 반복되는 하루 속에서도 마음이 동하는 순간들은 분명 존재한다는 것. 그리고 그런 순간을 흘려보내지 않고 붙잡아두는 일은, 이 낯선 땅에서의 삶을 조금은 내 것으로 만들어주는 유일한 방법이었다.
그래서 나는 오늘도 이곳의 서늘하고도 따뜻한 공기 속에서, 나만의 기록을 한 줄 더 적어본다.